학창시절 배달음식은 참 좋은 외식거리였다.

지금이야 종류가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중국음식 혹은 통닭이 전부였다.

나와 동생은 비가오는 날이면 항상 통닭을 시켜먹었다. 요즘에는 이만원 가까이 줘야지 사는 치킨이지만,

그때는 만원이면 양념, 구천원이면 후라이드를 가져다 줬다.

하루는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이었다.

집에서 비디오를 빌려서 , 통닭을 먹자는 합의하에 난 동생과 엄마를 설득시키기 시작했다.

결국은 사줬지만, 그래도 엄마는 생각보다 배달음식에 호의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두명의 아들이 사달라고 생떼를 쓸때면 어쩔 수 없이 얇은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한장 꺼내주셨다.

 

“딩동, 딩동”

“형아! 통닭왔다”

후다다닥.

 

통닭냄새가 비닐봉투 사이로 김을타고 올라올때면 그렇게 설렜을 수가 없었다.

동생과 신문지를 한장 깔고 티비앞에 앉아 통닭을 펼칠 때쯤 항상 엄마가 상을 가지고 오셨다.

“그렇게 쭈구리고 먹으면 체한다. 여기 올려놓고 먹어라”

듣는둥 마는둥 대충 신문지를 통째로 들어서 상에 올리고 통닭을 뜯기 시작한다.

닭다리는 하나의 자존심이었다. 요즘에야 닭가슴살이 다이어트 식품이라해서 많이들 찾지만,

뭐니뭐니해도 양념이 잘 발린 닭다리는 결코 양보하고 싶지 않은 아이템이었다.

 

야심차게 양념을 시키는데 양념은 느끼해서 늘 남겼다.

반반을 시키면 양념이 부족했다.

아직까지 풀지 못한 치킨의 딜레마라고나 할까나. 언제나 양념이 먹고싶은데 , 양념은 얼마 못먹는다.

신기하게도 반반을 시키면 양념이 꼭 모자란다.

 

주르륵 주르륵 세차게 비가오는 장마철에는 집안에서 통닭을 먹곤했다.

케이블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도 없었지만 가위바위보를 해서 옆에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 하나 빌려서 먹으며 보곤했다.

통닭을 다 먹고 나면 언제나 자리정리는 엄마 몫이었다.

우리가 한다고 해도 , 얼마나 어설프게 했는지 그냥 대충 신문지로 두르륵 감아서 놔뒀던게 전부였다.

엄마손이 지나면 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기름때낀 신문지들이 가지런지 접혀있었다.

 

먹성이 좋았지만 둘다 한마리를 다 먹지는 못했고, 항상 목과 닭의 등 부분이 남아있었다.

살코기도 없는 부분이라서 늘 미뤄왔던 것 같다. 그러다가 식은 양념통닭이 부엌한켠에 반나절 자리하고 있으면 아빠가 퇴근후 드시곤 했다.

아빠가 드시고도 뒷처리는 엄마의 몫이었다. 아빠도 서툴러 치운다곤 하지만 영 엉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통닭한마리로 시작한 장마철의 하루는 , 식은 양념통닭이 없어지는 그 순간까지 이어졌다.

 

여름마다 장마가 되면 통닭은 시켜먹는다. 그당시 OO통닭을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OO통닭이 없다.

그래서 그때당시 맛을 간직하고 있는 다른 상표치킨을 시켜먹곤하다.

동생은 외국에 있고, 부모님은 고향에 있어

이제는 나혼자 TV를 친구삼아 먹는 통닭이지만 , 빗소리는 예전과 다르지않아 조금은 덜 낯설다 .

주말에 통닭을 다먹고 정리하는 와중에 엄마 생각이 많이났다.

 

이상하게도 엄마는 수십년간 통닭은 한점도 안드셨다.

왜 그랬을까.

이번달에 집에 내려가면 한번 여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