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어머니라고 불러야할 때가 된 것 같지만
내겐 여전히 어머니보단 엄마가 입에 달라 붙습니다

집에 왔더니 엄마가 동창 단체카톡방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며 깔깔 웃으신다.

"뭐에요?"
"아, 엄마 친구들이랑 엄마 초등학생 때 사진인데 이거 되게 웃기다."

봄소풍가서 찍은사진, 졸업사진...
난 금세 그 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어린 나의 엄마를 찾아냈다. 굉장히 마르신 분인데 지금과 다르게 볼이 꽤 통통하셨다..

카톡방에 올라온 초등학교적 사진을 보며 웃고계신 엄마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까 왜 엄마는 어릴적 사진이 없어요? 본 기억이없네"

정말 엄마의 어릴적 사진을 거의 본 기억이 없다.
외갓집에 가도 엄마나 이모들의 어릴적, 학창시절, 요즘은 누구나 가지고있는 졸업앨범.. 등 아무것도 본 기억이 없다

우리 엄마는 경북 봉화의 산골짜기에서 태어나셨다.
삼판(나무를 베어다 파는 따위의 일)일을 하셨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딸만 넷인 집에서 엄마는 둘째딸이다.
워낙 돈없이 힘들게 살던 시골촌구석이라 엄마는 종종 어렸을 때 정말 힘들게 살았다고 이야기를 하곤하셨다.
어릴적 사진이 많지 않은 이유도 그때문이었다.

예전엔 졸업사진이든 소풍사진이든.. 찍어서 인화를해서 가지려면 장당 돈을 따로 내야 인화를 해서 나눠주었다고 한다.
몇백원정도의 돈... 엄마는 그 돈조차 흔쾌히 낼 수 없으셨단다.

여섯식구가 먹고 살기엔 늘 돈이 부족했고, 그래서 어차피 인화하지도 못할 사진들이라 생각해 일부러 사진 찍는 자리는 피하려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난 엄마의 어릴적 사진을 거의 본적이 없었던거다.

엄마는 사진속에서 어디있었는지도 한참을 못 찾았다고 하시지만
난 보자마자 사진 제일 오른쪽에 머리띠를 하고 파란치마를 입은 꼬마소녀가 우리 엄마임을 알 수 있었다.

30년도 더된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긴 엄마와
열한살짜리 꼬마소녀인 엄마

엄마도 어릴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