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지요.

저역시 이태리 로마에서 저를 포함해 제 와이프와 저에게 당한 그분,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답니다.

로마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한식집 '비원'에서 그 엄청난 사건은

벌어지고 말았답니다.

로마에서 우연히 만난 다른 신혼부부와 함께 비원에 자리를 잡고는,

화장실에서 쉬~ 한번 하는데 죽어도 돈을 낼순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짜릿한 첫 욕구(?)를 느낀지 두어시간 지나 이제 무르익을 대로 무르

익은 아찔한 생리현상을 해결하러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가다 낯익은

한국사람 한분과 마주쳤습니다.

이태리 로마에서 낯익은 얼굴을 마주치는 번개같은 제 뇌는

"아하~~들어올때 마주친 한식당 주인이구나!!!" 단정을 내리고

말았답니다.

  나 : 저기요~ 사장님!!
그분 :  네? 저요?
  나 : 네! 저희 김치찌개 2개랑 된장찌게 2개 맛나게 해주세요
그분 :  네???
  나 : 김치찌개 2개랑 된장찌게 2개요오~~~
  그분 : 이보세요,,저말고 저기 카운타에
           가서 얘기하쇼~~
 
흠,,,

그럼 저 사람은 언제 봤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터질것같은 욕구를

해결하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허걱

저의 새색시가 그 사람앞에서 얼굴 가득 화색을 짓고 몸둘바 모르겠다

는 표정으로 싸인을 받고 있는것이 아닙니까??!!!

  나 : 어이 와이뿌~~ 머하는 거샤??
새색시 : 어머 어머 오빠야~~ 저분을 이곳에서 만날줄이야
             너무 기뻐서 가슴이 콩탕콩탕거려 죽겠넹
  나 :  흠,,어쩐지 ,,,
  새색시 : 오빠두 너무 흥분되지?
  나 : 머 이 나이에 흥분씩이나,,,,
        근데 저분이 누구냐?
  새색시 :  누구냐고?
              아니 한국사람중에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를
              모르는 사람이 있어?
   나 : 헉!!!

저와 다시 눈이 마주친 정명훈 선생께서는 동행하신 분과 결국

자리를 바꿔 제게 등을 돌리시고 앉으시더군요...ㅜ.ㅜ

귀국후 월요일 첫출근을 하면서 정명훈씨가 왜 그렇게 낯이 익었던가

이유를 알았습니다.

분당에서 제 직장이있는 남대문으로 오는 좌석버스가 광화문 세종문화

회관앞에서 정차를 하는데, 바로 버스가 서는 정면에 커다랗게 그분의

모습이 그려져 있더군요.

음악을 좋아하고 오디오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정명훈씨를

몰라볼 수 있느냐고 틈만나면 놀려대는 와이프에게 늘 궁색한

변명을 하곤 합니다.

"나는 재즈여~~~ 쿨래식이 아니라고라고라~~~재즈여 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