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벌써 십수년 전.
그당시 썸탄다는 표현이 없었을지언정, 썸도 없었겠는가.
썸타고 밀당만 신나게 해대던 과 선배에게,
어느 술먹은 봄밤, 봄바람 탓인지 싱숭생숭한 처녀의 마음은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문자를 보내고 만 것이었다.

"오빠, 저 좋아하는거 다 알아요."

전송 버튼 누르는 순간, 후회가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예감하였다.
답장이 오기 전까지 나는 잠들수 없을 것임을, 그리고 답장은 쉽게 오지 않을 것임을.
예감은 기막히게 맞아들어, 밤새 답장은 오지 않았고,
나는 취기가 오르는 중에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

그렇게 긴 밤을 뜬눈으로 보내고 아침, 드디어 답장이 왔다.
"너를 좋아하지. 예쁜 후배로 좋아해. ^^"

이모티콘의 웃는 얼굴이 그렇게 얄미울수가 없었다
어젯밤 전송버튼 누른 내 손가락을 분지르고 싶었다.
썸이나 타다 마는건데 괜히 대쉬는 해봐서 채이고 마는구나.
십년동안 이불킥할 일이로구나.

그때가 아침 일곱시쯤이었나,
도저히 가만히 있을수는 없어 무작정 집을 나섰으나,
학교에 갈 수는 없었다. 그 선배가 있을테니까.
집앞 멀티플렉스에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
봄날은 간다 쯤 됐었나?

혼자 영화를 보는둥 마는둥 하고 나오니,

영화관 앞에,
꿈처럼 그 선배가 있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수업 안오면 영화관 갔을줄 알았다며.
점심이나 먹자고 했다.
그 날이 우리 1일이었는데.

그때로부터 수천일이 지났겠네.
어찌, 잘 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