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설날 점심까지 차려먹고 나면 오후 나절에 친척들이 두어 팀 옵니다

아버님이 최고 어른이신데, 손님들 오면

양 옆으로 의자 길게 놓고 주욱 앉혀 놓으시고

영화같은 데서 무슨 임원 중역회의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십니다,

아래 사람들은 먼저 말 꺼내도 안 되는 분위기고

아버님이 돌아가면서 손님들 각자의 근황을 알고 있다는 듯한

암시를 깔면서 차례차례 질문을 하시는데, 그 내용이

업무확인이나 면접 테스트 질문 느낌이 나요.

손님들은 괴롭고 지겨운 티 안내려고 안간힘 쓰다가

1시간을 못 넘기고 돌아들 가십니다

. 그러고 나면 아버님은

뭔가 스트레스 풀리는 여가활동 하신 것처럼 개운해 하시며

한 일주일은 기분 좋게 지내신대요.

그러고나면 다시

우울한 강박증.... 느낌의 어르신으로 돌아가세요.

제정신으로 보면 너무 희극적인데, 일단 그 분위기 안에서는 괴롭고 숨 막혀요.

저희 시집의 코믹하지만 웃을수만은 없는 새해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