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이 새파랬습니다
걷는데 바람이 봄이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초봄. 봄만 되면 바람나고 싶어하는 저랍니다

이 공기 이 바람 이 하늘.. 언젠가 이런 봄이 있었어요.
그 때 제 옆에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젊은 남자였어요.

나를 무척 아끼고 아껴주던 젊고 멋진 남자였어요.
그런데 한 명이던가, 두 명이던가, 그 이상이던가?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오면서 현관 유리창에 비친 머리 헝클어진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을 보았습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몸매도 허물어지고 얼굴도 흘러내리고 옷도 두툼한 이 아줌마는 지금 수십 년 전 사랑받던 기억에 행복했었어요.
봄바람 때문입니다.

그 젊던 사람들은 지금 다들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지만
그중에 한 명은 내곁에  남아있네요
다행히 봄바람은 해마다 봄이 되면 찾아올 것이므로 나쁘지 않아요.
봄바람이 불 때마다 저는 오늘처럼 또 혼자 추억 속으로 바람 피울 거에요.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사랑받던 기억, 나를 귀하게 여기던 사람들의 기억이 내 시간의 보석이구나. 고맙다. 청춘아.
그리고 저는 청춘인 제 아이들에게 귀한 사랑을 대접하고
청춘을 같이 보낸 제 남편에게도 귀함을 대접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귀하게 대접받는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이제 넘치게 알고도 남을 나이가 되었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이 걸어서 조금 힘드니까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 귀한 사랑을 베풀기로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