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나서는걸 좋아했다.

골목대장도 하고 학교에서는 오락부장도 도맡아서하고 춤추는것 노래하는것 모두가 재미있었다.

나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 딱한가지 자신없는건 책상에 앉아있는것. 공부.

그당시엔 중요하지 않았다. 티비에 가수들이 나오는걸 따라하는게 좋았고 잘한다고 칭찬받는게 좋았따.

소방차의 춤을 따라하면서 자랐고 서태지와 아이들 H.O.T 젝스키스 모두를 따라한다고 힙합바지 입고 목걸이하고 머리에 왁스바르고 그것만이 즐거운 일이었는데 사실 노래는 조금 실력이 안됐다.

친구들이랑 노래방을 가면 신나게 놀았는데 발라드에 좀 약했다.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엄청 열심히 따라불렀다.

김정민 슬픈언약식 K2 슬프도록 아름다운 뱅크 가질수없는너....

바이브레이션도 TV에서 알려주는 대로 매일같이 열심히 연습했다.

그런데 그게 독이됐는지 그때부터 난 어떤 노래나 바이브레이션을 넣어 부르게됐다. 습관적으로.

어느날 그걸 들은 동생이 "뭐야, 트로트 창법이야?"

그랬다. 고치려고 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잔잔한 곡만 부르면 습관적으로 바이브레이션이 나왔고 그 노래에는 감미로움이 아닌 뽕삘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걸 포기했다. 그러다 반년이 좀 지났을까 가족들과 노래방을 갔다.

부모님이 동생한테는 잘한다 잘한다 칭찬을 하는데 내게 돌아오는건 동생의 놀림과 부모님의 객관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뭐 어떠리. 가족들과 함께인것을.

되는대로 불렀다. 열심히. 그러다 무심코 이노래를 찍어서 부르는데 내가 생각해도 썩 괜찮게 나왔다. 어릴때의 자신감이 돋아나 흥에 소리를 지르며 다함께를 연발하며 온 힘을 다해 불렀다.

나는 역시 발라드는 아니구나 진짜 발라드를 포기하게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저질 바이브레이션으로 사람들을 웃길수있고 신나는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울수있으니 이만하면 훌륭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