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밤

최성수의 동행이란 노래를 듣다가 엄마가 갑작스레 아빠를 만나게 된 사연을 이야기 했습니다

전 그동안 두분이  연애결혼 한줄은 알았지만 처음 만나게 된 사연은 몰랐거던요.

사실 사연이 그렇게 로맨틱하거나 멋있거나 운명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그래도 우연히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고, 20년 동안 같이 살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니까요.

충동, 즉흥과는 거리가 먼 두 분이 택시에서 처음 만나 결혼했다는것 자체가 재밌더라구요.

엄마의 이야기니간 엄마의 시점으로 구성해보았답니다 

90년도 어느해  겨울  당시 서울에서 자취하던 엄마는 혼자 춘천에 내려왔다가 차가 끊겨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울엄마는 지금은 파마머리에 펑퍼짐한 아줌마가 다 되었지만 그때는 잘나가던 차도녀였다는것을 무지 강조하십니다 

그때 택시가 한대 서더니 " 아가씨  서울 가는거면 같이 합승 하실래요?"

당시에는 요금 때문에 합승하는건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차에는 이미 두사람이 타고 있었고 둘 다 남자였습니다

날도 춥고 차도 없고 피곤해서 엄마는 별 생각없이 그냥 합승했습니다

그렇게 울 엄마는 닥쳐올 미래를 상상조차 하지 못한체 택시에 올라탔습니다,

이야기 가만히 들어보니  택시 기사까지 세남자가 서로 아는 사이였고

몸이 좀 따뜻해지자 그때서야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 저기 세분 다 아는 사이세요?"

택시운전사는 "네,, 전 고등학교 선배고 저 둘은 후배들이에요"

아,,정말 괜히 탓어,,무슨일 생기는거 아냐,,,ㅠㅠ

그래서 일부러 말도 많이하고 머리에 담겨 놓았던 온갖 유머를 꺼내며

대화주도권을 잡으며 안 졸려고 무던히도 애를 썻답니다.

" 하하하,,아가씨가 이야기도 참 재미있게 잘하네"

" 호호..그런 소리 자주 들어요 "

그때 뒷자리에 앉은 남자중 하나가 엄마에게 말을 걸었답니다,

"저기요  괜찮다면 삐삐 번호 좀 주세요"

안그래도 쫄아있던 엄마는 당연히 철벽을 쳣죠.

"죄송해요 제가 삐삐는 따로 안써요 (당연 거짓말 )"

" 그럼 집 전화번호라도 알려 주세요"

" 집은 제가 하숙하고 있어서 좀 그래요"

" 그럼 회사번호라도 좀 알려주세요"

그때 옆에 남자가 말렸습니다

" 야 야 부담스러워 하잔아"

그리고 안전히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아휴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네...한숨을 내쉬는데

아까부터 집요하게  전화번호 묻던 남자가

"저기요 이것도 인연인데 밥한끼 같이 하실래요?"

뭐야 이남자 눈치가 없는건가?  아까 급속도로 어색해졌는데 아,,근데 배고프다

"그럼 좋아요 국밥 먹죠."

그렇습니다 배고픈 여자에게 밥보다 중요한것은 없습니다,

국밥을 먹으려 들어가서도 술이 좀 들어가면서 번호를  묻던 남자의 구애는 계속 됩니다.

" 저희 회사가 대기업이거던요,,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뭐 그만큼 버니까"

" 아네,.그러시구나 "

" 근데 이넘은 패기도 없고 학교시절부터 순해빠지기만 해서,,"

자기자랑 하다가 옆에있던 친구까지 깍아내리는 모습에

엄마의 심기가 약간 불편해져습니다.

별 짜증나는 사람 다보겟네,,,친구를 깔아 뭉개면 자기얼굴에 침 뱉기지

"솔직히 여자 많이 사귀어 보기는 했는데 이쁘기는 한데 다들 재미는 없더라구요 "

엄마의  나이를 알고나더니 갑자기 말을 놓기 시작하는 이 남자.

( 엄마는 65년생 ㅡ,,ㅡ그남자는 63년생 )

급기야 엄마와 전여친을 비교질까지하는 이남자에 대해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넘만 있다고 가시면 안되요"

그 남자가 화장실 간다고 일어서자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친구란 남자,,

" 저기요 원래 저런넘이 아니에요 오해 마세요 술에 취해서 그래요

아님 아가씨가 너무 이뻐서 긴장해서 그렇나봐요"

재수없는 친구를 쉴드치는 대인배 면모와 은근슬쩍 칭찬멘트를 넣는 센스,,

키는 작지만 태평양 같은 듬직한 어깨

저 멘트 하나로 아빠는 엄마에게 호감을 샀습니다 ,

" 이거 저희 회사 번호인데 그쪽만 알고 계세요"

" 네? 아 감사합니다"

나중에 헤어지면서 명함을 아빠에게 몰래 건네주었죠,

그리고 몇일뒤까지 연락이 안왔습니다,,(은근한 아빠의 밀당)

그러다 연락이 닿아서 데이트를 몇번 했답니다,

그때 아빠가 엄마의 손을 자꾸만 잡으려고 시도를 했답니다,

" 오빠는 (그새 호칭이 바뀜)  왜 자꾸 나랑 손잡을려고 해요?"

" 그럼 나 이제 그냥 아는오빠 안하면 안되요? "

그래서 그냥 아는오빠는 남편이 되었답니다,

물론 설렘은 편안함이 되고,,

대학생과 고등학생  두딸의 부모가 되었답니다

그 우연찮은 동행이 엄마와 아빠가 만나게 되었고

그래서 내가 태어난거죠,,

위의 이야가는  엄마가 최성수의 "동행"이란 노래를 들으며 털어놓은 이야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