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학교 1학년때 과외활동의 꽃이라는 방송반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방송반에 들어가니 군기가 은근히 세더라구요

 선배 언니들의 은근한 군기에 1학년이 하는 일이라고는 쉬는 시간에 열심히 엘피판 닦는 거랑, 
점심 방송할때 교실에 올라가 잘 들리는지 확인하거나 , 운동장 조회 때 마이크 설치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멘트를 쓰기까지의 실력을 담금질하기 위해 
방송반에서는 매주 책 한권 읽고 독후감쓰기가 필수였어요. 
 아마 그때 읽은책이 그 이후 읽은책 보다 더 많을거에요

 
유명 곰탕집에서 깍두기 담그기까지 무우 씻고 썰기만 수 년씩 해야

그 담 코스로 양념 버무리는거
한다잖아요. 그렇게 눈물 쏙빠지는 수련기를 거쳐 방송반의 꽃인

겨울 방송제 준비를 하게 됩니다. 
점심 방송 멘트쓰는 수준을 넘어 방송극 쓰고 콘티 짜고 우아 무대 만드는 거 보니 멋지더라구요.
 
1학년들이야 눈치껏 잔심부름 하고 종이 정리하고 그랬지만...
졸업한 선배... 라고 해봤자 고1, 2 언니들이 막판에 와서 약간의 격려와 엄청난 잔소리+비판을 하는 게 전통이었는데
그렇게 까칠하던 중3 언니가 선배들에게 '이걸 대본이라고 썼어?' 왕창 깨지는 걸 보고 있자니 
쌤통이기 보다는 오금이 저릴 정도였죠.

학년이 올라가자 기계 만지는 법도 배우고, 멘트 보조 하고, 신청곡 리스트 정리 등 
뭔가 실질적인 일들을 맡게 됩니다. 깍두기 써는 고단함과는 비교가 안 되는 뽀대나는 일이었죠

 드디어 장르별로 요일을 맡아 자기 방송을 하는 날이 오고
처음 마이크 잡던날 멘트를 몇 마디 했더니만
다리 꼬고 앉아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배 왈, "너 지금 생선 팔러 왔니?"
지금이야 웃으며 말하는데 그 때는 그 선배가 얼마나 밉고 원망스럽던지요.
 
우리는 후배들 받으면 절대 혼내지 말자 다짐했던 동기들은 실수 연발인 1학년들 앞에서 
화를 삭이느라 애를 썼고,
, 
요일별로 클래식, 가요, 경음악  이런 식으로 테마가 있는데
 요일별 테마고 뭐고  죄다 신청곡이 태지 오빠  노래였어요,
그 때 서태지 노래 그만 틀라는 교장선생님에게 맞서며 아 이게 언론탄압이라는거구나 실감했습니다,

저의 90년대 중학교 시절 추억은 딱 두가지만 떠오릅니다 떡뽁기 사먹던 추억과
방송반 활동 그냥 이 두가지만 했던 시절이었죠.
그당시 서태지의 인기를 실감했던 시절이기도 했구요 

서태지와아이들 - 환상속의 그대 신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