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Tears In Heaven으로 6개의 그래미를 수상한 에릭 클랩튼은 이날  "내가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은 내게 사랑과 노래를 주고 간 나의 아들 코너 뿐이다"라며 수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필자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장수 코너 중에 ‘언플러그드 라이브’ 코너가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2시에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밴드 및 싱어 송 라이터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음악을 어쿠스틱 라이브를 소개하는 코너로 지난 2009년 3월 29일 검정치마가 첫 게스트로 출연한 이후 현재까지 공중파 라디오에서 잘 만나지 못했던 인디 뮤지션들을 매주 소개해오고 있는 중이다. 2009년 당시만하더라도 인디 뮤지션들이 출연할만한 라디오 프로그램도 많지 않던 시기였고, 심지어 매주 어쿠스틱으로 라이브로 뮤지션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 역시 드물던 시기였던 당시 인디씬에 있는 좋은 뮤지션들을 소개하고자함과 동시에 어쿠스틱 라이브의 매력을 청취자들에게 전하고자 함이 목적이었다. 본 코너에 출연했을 당시 미완의 대기였던 검정치마, 데이브레이크, 악퉁, 게이트 플라워즈, 로맨틱펀치 같은 팀들이 이후에 좋은 성과를 거두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사적인 즐거움이기도 했었으며, 풋풋했던 그들의 지난 시간을 짧게나마 함께 할 수 있었던 점 또한 라디오 DJ로서 자산이 되기도 했다. 회가 거듭할수록 청취자들 역시 어쿠스틱 라이브에 매료되어 매주 토요일 언플러그드 라이브 코너를 기다리시는 분들도 늘어나면서, 언제나 가장 신경을 쓰는 코너 중 하나가 되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는데, 이 모든 출발은 바로 필자의 지난 시절의 감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90년대 팝 음악계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컨텐츠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MTV에서 방영된 언플러그드(Unplugged) 라이브였다. 1989년부터 방송되기 시작했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하다가 1992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 중 싱글로 발매된 Jackson 5의 I'll Be There가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이후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 자체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엄청난 파장을 음악계에 불러왔었다. 당시 빌보드 차트를 열심히 챙겨보던 필자 역시, 머라이어 캐리의 I'll Be There를 듣고, 언플러그드 라이브 쇼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머라이어 캐리의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는 92년 6월에 발매되어 굉장한 성공을 거뒀으며, 그 당시 머라이어 캐리의 스튜디오 앨범에서 전해들었던 믿기지 않는 보컬의 실체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던 쇼였다. 머라이어 캐리와 함께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다. 그의 쇼 역시 MTV 언플러그드의 붐을 가져온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당시 에릭 클랩튼은 고층 아파트에서 추락사로 세상을 떠난 어린 아들 코너의 죽음에서 비롯된 통한의 어쿠스틱 발라드 Tears In Heaven이 공전의 히트를 거두던 시기였었다.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 출연 제의가 들어오자, 당시 에릭 클랩튼 역시 Tears In Heaven의 감성을 전하기에 2만여명이 운집하는 아레나보나 소규모 무대가 가장 좋은 무대란 결론을 내리고 고심 끝에 출연을 하게 되었는데, MTV 언플러그드 역사상, 그리고 오늘날까지 가장 성공한 라이브 앨범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에릭 클랩튼 본인은 자서전을 통해서 언플러그드 앨범에 대해 겸손한 자세로 말한 적이 있었다. “앨범의 진정한 주역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내 아들 '코너 클랩튼'이었다. 이 앨범이 그토록 인기를 얻은 이유는 사람들이 나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고 싶어했고, 그 방법으로 앨범을 구입했다고 생각한다.” 전세계 2천만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에릭 클랩튼의 Unpluegged 앨범이 최근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90년대 에릭 클랩튼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기폭제가 되어줬으며, 오늘날까지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레전드로서 굳건하게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해줬던 작품이라 그의 바이오그래피를 언급할 때 진하게 밑줄 그어야할 판이다.

너바나(Nirvana) 정도를 제외한다면, 그 어떤 유명 아티스트의 언플러그드 실황 앨범도 머라이어 캐리와 에릭 클랩튼이 기록한 성과에 미치지 못한다. 필자 역시 20세기 학창시절 들었던 머라이어 캐리와 에릭 클랩튼의 언플러그드 라이브 앨범의 감흥을 21세기 청취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보고자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언플러그드 라이브’라는 코너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90년대 복고바람이 대중문화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90년대 문화 코드를 앞세운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90년대 팝 음악계에 화두 중 하나였던 MTV 언플러그드 실황도 많은 음악팬들의 추억 속에 남아있다. 그 추억의 한 페이지에 감동으로 남아있을 에릭 클랩튼의 Unplugged 앨범은 몸도 마음도 따뜻한 것을 찾기 시작하는 겨울의 길목에 함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글은 팝 음악 전문지 비굿(B.Goode)에 기고했던 글을 정리 수정한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