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50회 그래미 총정리
제50회 그래미 시상식
지난 50년을 되돌아보면서, 다가올 50년을 준비한 무대.
현지시간으로 2월 10일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제50회 그래미 시상식이 거행됐다.
2006년 10월 1일부터, 2007년 9월 30일까지 미국내에서 발매된
모든 레코드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이다.
National Academy Recoding, Arts & Science에서 후보작을 선정,
엄선된 전문 투표인단의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방식이다.
올해의 앨범을 포함해서 총 8개 부분에 후보로 오른 힙합 아티스트 카니예 웨스트와
최우수 신인상을 포함 6개부분에 후보로 오른 올해 24살인 영국 출신의 네오 소울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최다 부분 수상자 경쟁으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결과는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5개부분을 수상했으며,
카니예 웨스트는 이번에도 랩 카테고리에서만 싹쓸이하면서 4개부분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날의 그랑프리라 할 수 있는 올해의 앨범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베테랑 재즈 뮤지션 허비 행콕의 River: the Joni Letters가 수상했다.
이 앨범은 캐나다 출신의 전설의 싱어 송 라이터 조니 미첼에게 헌정하는 앨범이다.
*주요 수상자 코멘터리
최다 부분 수상자가 된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하면서,
“내가 5개의 그래미를 받았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밝히면서,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남편 블레이크와 부모님들에게 상을 헌정했다.
이날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약물 중독으로 인해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런던에서 위성으로 축하공연을 펼쳤으며, 상을 수여받았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이날 그래미 시상식의 컨셉인
올드 앤 뉴의 정신을 구체화시킨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Back To Black에서 보여준 그녀의 사운드는 50년대의 감성을
현시대 힙합의 방식으로 표현했으며, 프로듀서였던 마크 론슨은 올해의 프로듀서를 수상했다.
올해의 앨범 수상자를 발표하러 올라온
그래미 11회 수상기록의 소유자인 퀸시 존스 조차도, 허비 행콕의 이름을 보는 순간,
“아... 믿을 수 없네요.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수상자를 호명했다.
허비 행콕은 “오랜 시간 재즈 음반이 올해의 앨범에 선정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재즈 앨범이 수상할 수 있도록 해준 NARAS 선정위원회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한다.
오늘은 그야말로 새로운 시작과도 같은 날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준 새로운 날이다.
우린 할 수 있다(Yes We Can)는 새장을 연셈이다.”라며 소감을 대신했는데,
수상소감에 현재 미 대선 민주당 대권 후보 중 한명인 버락 오바마가 가장 좋아하는
캠페인 구호인 “Yes We Can"을 인용하기도 했다.
허비 행콕의 수상은 1964년 스탄 게츠와 주아웅 질베르투가 협연한
재즈 보사노바 앨범 Getz/Gilberto 이후 처음으로
재즈 앨범이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셈이 되었다.
최우수 랩 앨범을 포함해서 4개부분의 트로피를 가져간 카니예 웨스트는
3번 연속 올해의 앨범 수상에 실패하자 아쉬움이 큰 듯했다.
인터뷰 룸에서 부인과 자신의 동료들과 가벼운 포즈를 취한뒤, 쇼에 관한 인터뷰는 생략,
“만족한다(I'm good)”란 짧은 대답으로 그의 기분을 대신했다.
최우수 랩 송을 수상한 Good Life에서 느꼈던 활력넘치던 대답 대신 차분한 어투였다.
사실 3집 Graduation으로 8개부분에 후보로 오르면서 최다 부분 수상이 점쳐졌었다.
그는 최우수 랩 앨범 수상 뒤 “많은 사람들이 힙합이 죽었다라고 말했다.
예술의 장르가 갑작스럽게 등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장르와 장르의 간격을
허물어 사람들에게 아직도 우리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잇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으며,
이날 다관왕에 오른 이들로 브루스 스프링스틴, 클락 시스터즈가 각각 3개,
캐리 언더우드,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각각 2개부분씩 수상했다.
3개의 그래미를 수상한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Radio Nowhere로
Best Rock Song을 포함한 3개부분이었다.
샤카 칸도 Funk This로 최우수 R&B 앨범을 포함해서 2개의 트로피를 수상했다.
캐리 언더우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도 각각 2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가져갔으며,
그래미 평생 공로상에는 버트 버카락, 더 밴드, 캡 캘로웨이,
도리스 데이, 이작 펄만, 맥스 로치, 얼 스크럭스등이 수상했다.
이날 정치인들의 미묘한 대결도 흥미를 끌었다.
최우수 낭독 앨범(best spoken word album)수상자로
민주당의 대선 후보중 한명인 버락 오바마가 수상했다.
오바마는 '희망의 뻔뻔함 : 아메리칸 드림의 수정에 대한 생각
(The Audacity Of Hope : Thoughts On Reclaiming The American Dream)'으로 수상했는데,
'나눔 :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법(Giving : How Each of Us Can Change the World)'으로
후보에 오른 클린턴 전 대통령을 제치고 수상자로 결정됐다.
'최고의 낭독 앨범상' 은 한 해 동안 제작된 저서나 유명인의 강연을 CD로 만든
오디오 북 중 최고의 오디오북에 주는 상이다.
오바마는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위험한 가치 : 미국의 도덕 위기
(Our Endangered Values : America's Moral Crisis)'로 수상했고
클린턴 역시 2005년에 수상한 바 있다.
*50th 그래미 쇼
음악계의 가장 큰 행사답게 이날의 시상식은
알리시아 키스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흑백 영상을 뒤로한채,
그의 노래인 Learnin' the Blues를 부르며 시작되었다.
이 모습은 마치 예전에 나탈리 콜이 타계한 아버지 냇 킹 콜과 듀엣으로 부르던
Unforgettable의 무대를 연상케했다. 노래를 마친뒤 알리시아 키스는
“바로 여기에 다음 50년이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캐리 언더우드를 소개했고,
그녀는 무대에 올라 Before He Cheats를 열창했다.
그리고 몇 분 뒤, 무대뒤로 사라졌던 알리시아 키스가 No One을 부른뒤 프린스가 등장,
알리시아 키스에게 그래미 최우수 R&B 여가수 부분을 수여했다.
No One은 최우수 R&B 노래까지 수상했다.
50회 그래미 초반부의 하이라이트는 80년대 Funk 그룹 the Time의 재결성 무대였다.
1984년 히트곡인 Jungle Love를 연주했고, 이어서 리하나와 함께 그녀의 히트곡인
Umbrella와 Don't Stop The Music을 선사했다.
리하나는 이날 Umbrella로 제이지와 함께 최우수 랩 협연부분을 수상했다.
리하나의 무대에 이어 카니예 웨스트가 프랑스의
일렉트로니카 듀오 다프트 펑크와 Stronger를 선사했다.
이곡은 다프트 펑크의 히트곡,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샘플링한 곡이었다.
이어서 “지난 밤 꿈에서 어머니 당신을 봤습니다. 지금도 잠자리에 들 수가 없어요.”라는
멘트와 함께 2005년 발표한 Late Registration에 수록된 Hey Mama를
새롭게 편곡한 버전으로 무대를 장식, 작년 성형 수술 부작용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돈다를 추모, 이날 가장 엄숙했던 무대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당신께 감사드려요.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이
내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알게 해주셨죠.
그리고 내가 여기서 멈추기 보다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세계에서 1등이 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길 바라시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라고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수상소감을 이야기했다.
그래미 50주년 답게 과거와 현재를 빛낸 신구 아티스트들의 협연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팝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했던 흑인 여가수 티나 터너와 현 최고의 디바 중 하나인 비욘세가
반짝이는 무대 의상을 입고 Proud Mary를 불렀고,
키드 락은 1958년 최초의 그래미 수상자인 킬리 스미스와 That Old Black Magic을 노래했다.
허비 행콕은 중국의 피아노 신동 랑랑과 조지 거신의 Rhapsody In Blue를 듀엣으로 연주했다.
푸 파이터즈는 My Grammy Moment 콘테스트에서 팬투표로 우승을 거머쥔
바이올리니스트 앤 마리 칼하움과 The Pretender를 연주했으며,
무대 직후 Echoes, Silence, Patience & Grace로 최우수 락 앨범을 수상했다.
비틀즈의 음악으로 제작된 태양의 서커스 컴필레이션 앨범인 Love는
최우수 영화 음악 부분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생존해있는 비틀즈의 드러머 링고 스타와
비틀즈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 부자가 함께 올라 수상했다.
이어서 링고 스타는 유리스믹스의 데이브 스튜어트와 함께
최우수 컨트리 앨범을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의 앨범 후보로도 올랐던 빈스 길의 4장짜리 앨범 These Days가 수상했는데,
상을 수여받으면서 빈스 길은 “비틀즈로부터 상을 받았다.
카니예, 비틀즈한테 상을 받아본적이 있는가?”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에필로그
미국 작가 협회의 파업으로 작가들의 파업에
몇몇 아티스트들이 불참할 것이란 소식과 함께 그래미 시상식 개최여부가 불투명했던
지난 몇주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반세기 역사를 쌓게 된 그래미 시상식이 무사히 개최되었다.
오프닝 무대에서 ‘Here's to the next 50 years’라고 말했던 알리시아 키스의 말처럼,
이번 그래미의 컨셉은 기념(Memorial)이었고,
여기에 현재를 통해 미래로 가는 도약의 무대로 구성했다.
그런 이유로 신구(新舊) 아티스트들의 협연을 중심으로 축하무대가 펼쳐졌다.
그간 발표했던 총 3장의 앨범으로 그래미 최다부분 후보자로 등극하면서,
최다 부분 수상자를 꿈꿔왔던 카니예 웨스트는 이번에도 랩/힙합 아티스트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그래미의 벽을 넘지 못했으며,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믹스를 통해 신구세대에게 어필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그녀는 분명 이번 그래미의 컨셉을 구체화시켜준 최적의 아티스트인 셈이기도 하다.
이번 그래미 시상식에선 한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먼저 레코딩 전문회사인 사운드미러 한국지사 황병준 대표(41)가
녹음작업에 참여한 클래식음반이 '클래식 부문 최우수 녹음기술상'을 받았다.
황병준 대표가 참여한 앨범은 러시아 작곡가 그레차니노프의 아카펠라 합창음악앨범
'수난주간'으로 찰스 브루피가 지휘하고 캔자스 시티 코랄과 피닉스 바흐 콰이어가 합창했다.
이 음반은 클래식 부문 최우수 녹음기술상을 비롯해 최우수 음반상，
최우수 서라운드 음향상，올해의 프로듀서상，최우수 합창 연주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녹음기술상(Best Engineered Album, Classical)을 수상했다.
이소원씨(26)는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레드카펫을 밟으며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글/정리: DJ 박현준 (http://blog.naver.com/rokaroll)
2월 16일~17일 1부에서 그래미 특집 방송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