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첫 번째 내한공연은 에릭 클랩튼이었다.

시작부터 최고의 아티스트가 최고의 무대를 새해 선물로 안겨줬다.

10년만에 펼쳐진 두 번째 내한공연은 작년 11월부터 일본 5개 도시를 시작으로

싱가폴, 태국, 중국, 대한민국을 거쳐 뉴질랜드에서 마무리되는 월드 투어였다.

10년전 내한공연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2번째 내한공연,

그는 확실한 브랜드였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포근한 겨울 날씨속에 삼삼오오 모여든 관중은 무려 1만 1천여명.

올림픽 체조 경기장을 가득 메운 에릭 클랩튼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알 수 있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선배와 이야기하던 중 그간 올릭픽 체조경기장을 가득메운

아티스트가 누가 있었나 꼽던 중, 최근에 Sting을 제외하곤

Backstreet Boys도 Sarah Brightman도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우진 못했던 것 같았다.

공연 시작 시간인 8시를 정확히 24분 넘기고 공연을 알리는 환호성이 공연장을 가득메웠다.

무대위로 투어 멤버들이 등장을 하고 맨 마지막에 펜더 기타를 메고서

무대에 들어선 에릭 클랩튼은 첫 곡으로

1970년 Derek & the Dominos 시절에 발표했던

Tell The Truth로 두 번째 내한공연을 시작했다.

공연 초반부에 Key To The Highway, Why Does Love Got To Be So Sad, Little Wing등

Derek & the Dominos 시절에 발표했던 곡들로 무대를 꾸몄다.

특히 Little Wing이 흐를 때, 차오르는 눈가의 습기를 막을 수 없었다.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을 리메이크한 Little Wing을 기점으로

무대는 잠시 어쿠스틱 셋으로 바뀌어, 언플러그드 실황으로도 유명한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Rambling On My Mind등을 연주했다.

개인적으론 이때쯤 Change the World 정도는

연주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공연 후반부에서 펼쳐진 Wonderful Tonight에서 Layla로 이어지는 조합은 하이라이트였다. 

핸드폰 액정 불빛과 야광봉이 뿜어내는 불빛속에 흐르는

Wonderful Tonight은 곡명 그대로였다.

그런 로맨틱한 무드를 감상하기가 무섭게 휘몰아치는 Layla의 기타리프가

앉아있던 1만여명의 관객을 전부 일으켜세웠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불후의 명곡 Layla, 에릭 클랩튼이 사랑의 절망속에 빠져있던

바로 그 시절의 아픔과 간절함 같은 것이 다시 밀려오는듯 했다.

Wonderful Tonight과 Layla가 흐르는 내내 개인적으로

패티 보이드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런 명곡을 이렇게 라이브로 들어보지 못했을테니까..

그 어떤 대곡보다 드라마틱한 Layla를 끝으로 앵콜 무대로 이어졌다.

앵콜 첫곡은 제목 때문에 한 때 금지곡이었던 Cocaine이었다.

최근 함께 앨범을 발표한 블루스 기타리스트 J.J Cale의 곡으로

명반 Slow Hand에 수록된 넘버다.

마지막 곡으로는 60년대 Cream 시절 라이브 실황으로 발표하기도 했던 명곡

Crossroad를 선사하며, 두 번째 내한 공연을 마무리했다.

에릭 클랩튼이 선호하는 연주가 바로 Yardbirds 시절부터 이어져온 즉흥연주이다.

그 때는 Rave Up이란 명칭으로 유행을 시킨바 있다.

전설의 하드 락 밴드 Cream 역시 Ginger Baker, Jack Bruce등이

모두 즉흥연주를 선호한다는 이유로 결성이 됐다는 말도 있다.

이번 공연 역시 3명의 기타리스트들이 주고 받는

즉흥연주가 최대한 가미된 무대로 꾸며졌다.

 

9명이 오른 이날 무대에는 2명의 멋진 기타리스트가 함께 했다.

텍사스 출신의 블루스 기타리스트로 3장의 솔로 앨범을 발매했으며,

최근 에릭 클랩튼의 앨범제작에도 참여한 Doyle Bramhall II,

그는 몇몇 곡에서 보컬을 담당하기도 했다.

빛나는 금발을 단정하게 묶고 연주에 몰두하던 기타리스트 Derek Trucks는

전설의 블루스 락 밴드 Allman Brothers Band의 드러머 Butch Truck의 사촌으로

한때 Allman Brothers Band에서 활동했으며, 자신의 그룹을 이끌고 있는,

국내에는 비교적 생소한 기타리스트이다. 이렇게 3명의 기타리스트가 포진,

국내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보틀넥/슬라이드 기타 연주를 맘껏 보여주고 갔다.

1970년 에릭 클랩튼이 발표한 프로젝트 Derek & the Dominos가

바로 그런 슬라이드 기타, 보틀넥 주법의 명인 Duane Allman과의 컴비네이션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던 명반이었다. Duane Allman이란 강력한 카리스마까진 아니더라도,

본고장 블루스의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Thank You, Good Evening 단 두마디만을 던진채, 어떠한 무대 장치 없이,

오로지 음악으로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춤추게 만들었다.

이날 많은 관객들이 기다렸을법한 Tears In Heaven은

잘 알려져 있듯 아파트에서 낙마한 아들을 그리며 만든 곡이다.

하지만 몇년 전 이곡을 부를 때마다 아들이 생각나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다시는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그밖에 차트에서 잘 알려진 My Father's Eyes, Change The World등

국내 팝 팬들에게 친숙한 곡들은 연주되지 않았다.

하지만 Layla만으로도 이날 공연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Layla가 흐르는 내내 눈을 감고, 멜로디 하나 하나,

숨소리 하나하나, 마음속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