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결성된 이후, 22년만에 이땅을 밟은 네오 펑크, 팝 펑크의 본좌, 그린데이(Green Day).

그들 생을 통틀어 가장 임펙트가 강했던 무대가 바로 1월 18일 있었던 첫 내한공연이었으리라.

120분간을 완전히 연소시킨 그린데이의 장쾌했던 무대는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청춘의 회고록이었을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불타는 젊음의 한 복판이었을 것이다.

1만여 관객을 한데 묶은 그린 데이의 펑크락 오페라는

아름다웠고, 순수했으며, 뜨거웠다. 함께했던 그 행복했던 순간을 짚어본다.

 

공연당일까지 열심히 방송 녹음 중이던 필자에게 선배가 던진 한마디.

“그린데이 가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았다.

잊고 있었던 것이다. 청춘의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했던 그들의 공연을 말이다.

살인적인 러쉬아워를 뚫고서 도착하니 예정된 시각을 30분 지나고 있었다.

공연장내에서는 불꽃이 터지는지, 펑!펑! 대는 소리와 함께 Holiday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필자의 아름다웠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벌써부터 밀려오는 듯

서둘러 티켓팅을 끝내고 장내에 들어서자마자,

입추의 여지가 없는 관객들을 보고 절로 탄성이 나왔다. “마룬 5” 내한공연 이후

체조 경기장이 이토록 가득찼던 적이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매진 공연은 공연자체의 퀄리티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미쳐버리게 만든다.

필자가 놓친 10여분간의 오프닝에서 이미 관객들은 미쳐있었고,

무대위의 멤버들도 생애 이런 멋진 관객은 처음 만난다며,

초반부터 광자력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린데이 무대를 처음 본 순간 생각보다 단조로운 느낌이 있었다.

그 흔한 LED 장비 하나 설치 안됐고,

대형 스크린도 없는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무대 세팅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공연보다도 집중력 높은 고밀도 사운드와

불꽃장치들의 배합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으며, 그린데이 멤버들 특유의

유머러스한 스테이지 액션이 곁들여지면서, 흥을 돋궜다.

그리고 이번 공연은 관객참여가 높은 공연이었다. 빌리 조 암스트롱이 노래를 하던 중

관객을 연신 무대로 끌어올려 마이크를 넘기며 노래를 부르게 하기도 했고,

그린데이가 준비한 소품(?)을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Longview를

끝까지 부를 수 있는 관객을 찾던 중 어느 여성 관객이 무대위로 올라왔는데,

노래를 대충 마친 뒤, 갑작스럽게 빌리 조 암스트롱에게 딥키스를 퍼부었고,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자. 그러지 말고 차라리 스테이지 다이빙을 하라고 하자,

객석으로 몸을 던졌는데, 용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이를 두고 몇몇 비판적인 시각이 있지만, 공연중 갑작스러운 돌출 행동에서 기인된 것이었으며,

공연의 흐름에 큰 지장을 주지 않았던 헤프닝이었다.

공연초반부 작년에 공개한 21st Century Breakdown의 수록곡들과 21세기 락 명반에

당당히 올라있는 2004년작 American Idiot의 수록곡들이 적절하게 믹스되어 연주됐고,

중반부 출세작 Dookie의 히트곡들 Welcome To Paradise, When I Come Around,

Basket Case, She등을 쏟아내며, 광란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멤버들의 프로젝트였던 Foxboro Hot Tubes의 컨셉으로

락커빌리 스타일의 곡을 선사했다. 정통에 충실한 무대였으며,

지난 십수년간 듣던 그대로의 사운드를 재현해 주었다.

빌리 조 암스트롱이 통기타 한 대 울러메고 Good Riddance (Time Of Your Life)을 부르며

달랜 이날의 여운은 94년 우드스탁 페스티발의 진흙 범벅의 무대보다도,

2005년 그래미를 수상하며 가졌던 축하무대보다도

멤버와 관객 모두에게 불꽃처럼 활활 타오른 아름다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쿵쾅대며 위트있고, 거기다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까지 넓어져서

이 땅을 찾은 그린데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늘 푸른 청춘별곡을

끊임없이 들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