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의 음악을 보면, 여전히 문학적인 문법과 수사가 동원된 딜런 특유의 노랫말과 더불어 여느 때보다 블루지하고, 때로는 락킹한 리듬과 진행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딜런의 시기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누가 그를 41년생으로 보겠는가? 이번 내한공연에서 그는 여전히 락 스타임을 보여줬다.

3월의 마지막 날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올림픽 체조경기장에 모인 관객들은 시대의 전설을 만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득한 모습들이었다. 여느 팝 스타의 공연보다 외국 관람객이 상당히 많았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너무나 소박한 무대 세트가 거장의 무대라기에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공연 예산의 문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대형스크린은 물론, 흔한 카메라 한 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간단한 몇 개의 핀 조명만이 무대를 비출 뿐, 조명의 사용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악기 세팅외에는 어떠한 무대 장치 없이 대형 현수막 하나 걸려있는 게 이날 무대 세트의 전부였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오랜기간 함께호흡한 밥 딜런과 멤버들의 호흡이 멋진 조화를 이루며, 부수적인 이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공연 예정시간인 8시를 5분여 지나자 무대에 올라온 밥 딜런과 그의 밴드. 이번에 함께한 그의 밴드는 최근작 Together Through Life의 세션이 거의 대부분 참여했다. 오프닝 곡 Rainy Day Women #12 &35으로 역사적인 내한공연의 시작한 밥 딜런은 70년대 히트곡들과 최근 곡들을 적절하게 선사하며, 공연을 진행해나갔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앵콜무대였다. 첫 앵콜 무대를 Like A Rolling Stone으로 시작, 객석은 들고 일어났으며, 이에 밥 딜런마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어서 지미 헨드릭스가 강력하게 리메크했던 All Along The Watchtower등으로 앵콜을 멋지게 정리했다. 너무나 흥분한 객석과 딜런은 다시금 예정에 없어보이던 Blowin' In The Wind를 선사하며, 큰 박수갈채를 받아냈다.

그 어느 해보다 잔인한 춘삼월. 지독한 황사에 눈, 정치권과 종교계의 공방, 부산 여중생 성추행 살해사건, 그리고 천안함 침몰사건까지. 신문 한 장에 담긴 무거운 소식들로 신문지 한 장의 무게가 남다른 요즘. 우리들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듯, 우리 시대 최고의 시인 밥 딜런의 내한공연은 딱 적절한 시기에 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의 대표곡 Blowin' In The Wind('63)에서 그러지 않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힘들어해야만 평화가 찾아올것 같냐고 해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다고 밥 딜런 상처입은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갔다.

*Set List

1. Rainy Day Women #12 &35

2. Lay, Lady, Lay

3. I'll Be Your Baby Tonight

4. Stuck Inside Of Mobile With The Memphis Blues Again

5. The Leavee's Gonna Break

6. Just Like A Woman

7. Honest With Me

8. Sugar Baby

9. High Water (Fear Charley Patton)

10. Desolation Row

11. Highway 61 Revisited

12. Shelter From The Storm

13. Thunder On The Mountain

14. Ballad Of A Thin Man

#1 Encore

15. Like A Rolling Stone

16. Jolene

17. All Along The Watchtower

#2. Encore

18. Blowin' In The Wind

글:DJ 박현준 (http://www.itvfm.co.kr/program/ga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