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중고 음반 샵을 뒤적이다가...
지난 주말 중고 LP점들을 뒤지고 다녔습니다.
오랜만에 옛날 생각도 나더라구요.
중,고딩때는 사고 싶은 판 사러 온 서울 시내를 다 뒤지고 다녔죠.
눈에 보이는 레코드 샵마다 전부 들어가기도 했었던 기억도 나더라구요.
그 때는 수입판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구할 수 있는 곳들이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음반 구하러 다니는게 큰 낙이었는데..
요새는 인터넷으로 쉽게 쉽게 구하고,
MP3로 쉽게 쉽게 다운 받다 보니까.. 그런 낙을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중고 음반 시장도 언제부터인지 자주 들르지 않게 되더라구요.
1~2년전만해도 열심히 드나들었었는데...^^;;
어쨌든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중고 음반 시장에 몇시간동안 죽치고 앉아서,
LP들을 한장 한장씩 빼봤습니다..
맘 같아선 가게를 통째로 사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요즘 이상하게 해외 음반 보다는 지난 시절의 우리 가요에 애정이 많이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요번에 중고 음반 가게에 간 목적도 팝/월드/재즈보다는
가요 LP 보러 갔던거였거든요. 물론 이런데서 희귀판을 산다는 생각을 한건 아니죠.
그저, 지난 시절 즐겨들었던, 또는 잊고 있었던 좋은 국내 뮤지션들의 음반들을
한장 한장 빼보면서, 그 때 생각도 해보는.. 모.. 그런 의미로 가요 판들을
이것 저것 빼봤습니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몇장 구입했습니다.
그 중에는 그 간 열심히 찾아 헤메이던 판도 있었죠.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락 밴드 이브 앨범이었습니다. ㅎㅎㅎ
이건 수확이었어요.. 소찬휘씨가 16살 나이에 기타리스트로 재적해있던 팀인데요.
설레는 마음으로 앨범을 들어보니,...
물론 내용물은 약간 실망스러웠고, 단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락 밴드의 앨범이란
기념비적인 것 외에는 단지 눈에 띌만한 것이 없더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들려드리도록 해보죠.
그리고 또 하나의 수확이었던 것이 바로 H2O의 1집 "안개도시" 였습니다.
87년에 발매된 것이죠. H2O의 앨범은 지금껏 4장이 나왔죠.
그들의 모든 앨범은 가요계, 특히 국내 락계에서도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1집 역시, H2O의 꽉찬 헤비 메탈 사운드를 담고 있습니다.
그 때 당시 유행하던 전형적인 L.A Metal 사운드인데요.
직접 L.A로 가서 외국 엔지니어들과 녹음한 음반이어서 그런지,
당시 국내 헤베메탈 밴드들의 사운드와 질감자체를 달리합니다.
그렇게 멋진 앨범이 왜 이렇게 묻혀있는지 안타까울 정돕니다.
사실 H2O의 1집은 정말 구해서 듣고 싶었는데, 듣자마자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 이 앨범도 언제 기회가 되면 들려드리죠.
그리고 의외로 눈에 띄어 건진 앨범이 바로 공중전화 1집입니다.
공중전화라는 팀은 아마 모르시는 분이 더 많으실텐데,
80년대 후반 국내에서 한창 그룹사운드, 헤비메탈 붐이 일때,
등장한 팀이랍니다. 이팀에는 90년대 가요계의 유명작곡가로
명성을 날리게될 오태호씨가 기타리스트로 재적해있었구요.
'기억날 그날이 와도'라는 곡으로 유명한 홍성민씨가
리드 보컬로 재적해있던 팀입니다. 홍성민씨는 몇년전 타계하셨죠.
공중전화는 H2O같은 팀들보다는 뭐랄까요.
좀 더 감성적인 멜로디를 구사했다고 하면 좋을 것 같네요.
90년대 오태호씨가 만들었던 히트곡들(이승환, 이오공감등)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공중전화의 앨범도 CD로 구하긴 아주아주 어려운 앨범이기 때문에
보자마자 고가임에도 불가하고 덥썩 집어들었습니다.
마침 딱 한장밖에 없더라구요..
그밖에 제가 좋아하는 동물원, 88년 무한궤도가 출전했던 대학가요제 기념앨범,
그리고 가요계 최고의 퓨전 그룹 가운데 한팀이죠.
빛과 소금의 1집을 사서, 오랜만에 기분좋은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사실 무당 앨범도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어찌하다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황학동 중고 시장이 이제 곧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거기도 조만간 가야겠어요.
어렸을 때 가보고, 요새는 거의 안 갔거던요.
오랜만에 중고 판들 뒤적이다 보니깐, 신나고 들 뜬 마음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지난 주말이었네요..ㅎㅎㅎ
이거 언제 철들런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