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집안 청소를 하는데 손때 묻은
수첩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스듬하게 누운 글씨로 봐서
엄마수첩이 틀림없었어요.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수첩을 한장한장
들춰보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때 올릴 음식들.
지난 겨울에 식구들 필요한 구입목록들,내 목도리. 아빠 내복. . 동생 신발..
아빠에게 섭섭했던것들.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가사 구절들.
나를 야단치고 마음아파하며 적은 몇줄의 글들.
엄마의 인생이 고스란히 그 수첩안에 들어있었습니다..

수첩 중간쯤 보고 있는데 그속엔 또 내가 모르는
낯선 지명들도 빼곡히 적혀 있엇어요.
전국의 이름난 지명들이 거기에 다 들어있었습니다.
이상하다.친척들 주소도 아니고.
친구분들주소도 아니고...
뭘까...그런데
주소를 들여다 보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이 찡해왔습니다.
엄마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름답고 좋은곳들을
볼때마다 이렇게 수첩 가득히 메모를 하고 계셨던 것이었어요.
언젠가 한 번쯤은 가봐야지 하시면서...
가슴이 메어왔어요.
이 많은 주소지 중 엄마가 가보신곳은 한군데도 없었기에..
결혼하시고 신혼여행도 못가시고 결혼하신 우리엄마
그리고 결혼후 한번도 여행은 커녕
살림에 가게일까지 돌보시면서 한숨도 못돌리신 엄마..
가족들 챙기시느라 몸과 마음은 여행을 떠날 여유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수첩을 제자리에 놓아 두며 마음속에 말했습니다.
제가 빨리 돈벌고 성공해서 돈많이 벌으면

엄마, 엄마가 꿈꾸는 곳으로 제가 많이많이 모시고
갈께요. 라고요
오늘도 저녁을 짓느라 또 한가지 당신의 소망을 지우고
계신 어머니는 보며 나는 그렇게 가슴아파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 정말...너무너무 사랑해요

엄마의 여고시절 좋아하셨던 노래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클리프 리차드의  young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