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리가족] 눈물 한방울..6.25를 몸소 겪으시고 모진 삶, 모난 세월 다 치르신 내 할머니다.
어려운 시절 여덟이나 되는 자식들을 온갖 정성과 사랑으로 키우셨으며 헌신하셨단다.
그것도 극한 6.25 전쟁때 할아버지를 잃으시고, 혼자의 힘으로 억척같이 살아오셨다.
할머니의 그런 모진 삶을 생각하노라면 안타까웠음에 허전해 한다.
자식들이 다 성장해 사회에 나가 안정된 삶을 꾸리시는 데도, 당신은 곧이 곧대로 산속의 고향집을 고집하셨던 할머니시다.
장작불을 떼고, 물을 길러다 먹었으며, 뒷산의 오리부엉이는 등골을 오싹하게만 했었다.
작은 체구로 뗄감을 할시엔 당신의 몇배 나무도 거뜬 없게 풀어나갔으며 어느것 하나 맊힘 없는 무적의 산속의 여전사셨다.
허나, 시간앞에 장사없다던가.
그런 나의 할머니께서 천안의 요양원에 계신다.
많고 많은 사랑 가지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젠 나의 할머니를 뵈러 핸들을 잡았다.
아늑하고 이뻐보이는 그곳엔 “오늘도 무사히”라는 자그만 액자가 나의 정숙을 배려해줬다.
이곳이 할머니가 계신곳 이로구나하며 날 겸허하게 한다.
선생님의 인도를 따라 찾아들어간 그곳엔, 작고 작은 것처럼 보이고 느껴지는 고결한 그곳엔, 할머니의 포근한 숨결이 가슴가득 묻어있는것만 같다.
할머님 작고 비좁은 창사이로 보이는 흐려진 하늘을 보시며 넋을 놓고 계셨다.
“할마이”
할머니께서 날 보자마다 놀라시며 기뻐하신다.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나듯이, 두렵고 거친 곳에서 안락한 실낙원을 보듯이,
잃어버린 강아지를 다시 찾은 흙묻은 개구쟁이처럼 까칠한 할머니 얼굴엔 맑은 생기와 활기가 피어 올랐던 찰나다.
“우리 강아지가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는고.”
쇠약해지는 목소리로 기뻐 반가이 날 맞으신다.
언젠가 돌연듯 내 옆으로 다가와
“큰애기 소개 안해줄껴?”
죽기 전에 큰애기 손한번 잡아보는 이 할미 소원이라시며 울먹이셨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정작 나는 할머니 앞에서 아무말 못하는 바보였다.
쥐구멍만큼 가녀린 속으로 들어갈만큼의 여린 목소리로 기억한다.
할머닌 가는 귀까지 먹으셔 도통 큰소리가 아니면 알아 듣질 못하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할머니의 검붉은 두손만 꼭 잡고 있었다.
알수 없는 뜨거움이 솟구쳤으나 할머니 앞에서 나의 마음은 단단해야만 했었다.
곯게 피신 검버섯, 얅고 쇠약해진 팔.다리, 뱀살 피부, 굽어진 등가죽이 날 하염없는 안타까움으로 몰아갔었다.
사회 생활을 하더라도 어른들은 잘 모시자고 굳게 다짐했건만, 어느새 난 거짓말 쟁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주위 할머니들과 선생님들께 우리 “큰손주”라며 환하게 자랑하시던 그때의 할머니의 미소를 난 잃을 수 없다.
벌써나마 저녁 식판이 나왔지만 할머니는 수저를 안뜨신다.
손주 옆에 놓고 혼자만 드신다는게 맘에 걸려서 안드시는 걸 눈치챈 선생님께서 내 식판도 준비해 주셔서 할머니랑 마주하며 저녁밥을 먹었었다.
할머니와 그렇게 가까이서 밥 먹어보긴 처음이었다.
집에서 할머니는 허리 아프다는 이유로 마냥 방바닥에서 드셨고, 우리 식구는 편리함 찾아 식탁에서 먹었다.
그때를 생각하노라면 난 아직도 죄스러움에 눈물과 가슴이 매인다.
괜찮다시며 꾸역꾸역 식사를 하셨지만, 왜 난 마음이 공허하던지..
당신의 밥이 많다시며 가녀린 숟가락으로 덜어주신다.
한사코 주실 것 없다고 생각하셨던 할머니의 넘치는 사랑이었으리라.
그 시간 할머니의 마음을 통해 삶의 묘를 배울수 있었고, 넓은 가슴을 다시알고 확인했다.
미쳐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다시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음에 마음이 벅차다.
이렇게 강건한 할머님을 주심에 감사하고, 좋은사람 좋은시간을 겪었음에 뿌듯하다
다음에 또 올꺼라 새끼 손가락을 걸고 돌아서는 길은 그냥 착찹했다.
시설을 퇴소 하기전에 선생님께서 그러신다.
어르신이 이렇게 기뻐하며 웃는 거 처음본다면서 자주 찾아와라고 나에게 말씀하신 선생님의 핀잔앞에 난 한없이 부끄러운 죄인이어야만 했다.
어둠이 깔린 바깥의 풍경은 그렇게 내가 원하던 색깔을 아니었다.
청청하고 맑고 밝은 색채를 만들어 보겠노라는 나의 다짐은 그 어디로 갔을까..
세상 모두의 사랑이름 어머니입니다.
아~~~ 할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