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어머니.

그날도 역시 겨울 바람은 몹시도 찼다.
너나 할것 없이 모두 그날의 한파를 시샘이라도 하는듯 잔뜩 웅크려있다.
'사람이 어꺠를 펴고 걸어야지, 사람이지' 라는 옛말은 우리게 무시된지 오래다.
그 추운 한파를 어깨로 받는다는 건 '오늘은 제가 바로입니다'하고 너스레 이야기하는 바보온달 같았기 때문이다.

참으로 한가한 오늘은 집안에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시는 엄마를 위해 시간을 갖어 보련다.
엄마가 요즈음 무급 휴가로 집에 계신다.
경기가 어렵긴 어려운 가 보다, 이렇게 나두 징검다리로 오늘 쉬는 걸 보니깐.

하루 일과를 맡겨진 위치에서 임무를 다하셨던 어머니,
집에서 놀면 뭐하냐구 한 시간이라도 더 서서 잔업 수당을 받는게 낳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투덜투덜한 삼형제의 든든한 사랑이자 버팀목이셨던 어머니다.

그런 엄마를 위해 오늘 기꺼이 이 한 몸 불사르기로 했다.
피로에 지치신 엄마랑 찜질방도 갈 것이며, 근사하고 멋진 영화도 보기로 했다.
"엄마 오늘 나랑 놀아요?"
항상 집에오면 컴퓨터 앞에만 있고, 매사에 무뚝뚝한 내가 요구했던 말에 엄마는 들떠하기 시작했다.
"증말?"
빨간 산토끼 인형을 갖은 소녀처럼 들떠함에 가득하시며 부산하기 시작이다.
우선 찜질방에서 먹을 찰밥과 반찬, 계란, 식혜 등을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못 마땅해하는 아들은 그냥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엄마, 차에 시동 걸깨, 어서 준비하고 나와?"
엄마는 오래전부터 나에게 친구 아닌 친구였다.
나의 짜증도 나의 투정도 항상 묶묶하게 뒷바라지를 해준 나의 어머니였다.
시원하게 뻥 뚫린 도로를 지금 엄마와 함께 달리고 있다.
자가 운전한지 5년만에 처음으로 함께 달려본 엄마와의 드라이브다.
엄마는 지금 지긋이 눈을 감고 상황을 음미하고 계신다.
차안에서의 안락함이 편해서가 아니라 아돌놈과의 첫 데이트가 설례이신가 보다.

우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로 하며 시간을 기다린다.
주위엔 온갖 연인들의 들썽임이 있었으나 우리 모자는 시원하게 부풀린 팝콘을 집어 먹으며 그 시간의 행복을 즐겼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 그리 많치 않았던 "크리스마스의 별장"
엄마도 재미가 없으신지 연신 하품만 하신다.
"신영아, 사과 깎아주랴?"
극장안에서의 과일 대접이라, 딴때 같았으면 분명 짜증을 냈을 법 했는데 그날은 바로 엄마의 날이었다.
나 역시 지겨운 영화였지만, '엄마랑 올찌 알고 내가 극장 빌렸다니까. 하하' 이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바로 영화관 앞에 위치한 찜질방 안이다.
첫째놈하고 처음 해본 데이트에 엄마는 위대하고 엄마답다.
"신영아, 배고프재?"
하면서 꾸깃 꾸깃 집에서 싸온 보온색 도시락통을 내 놓는다.
아주 집안에의 밥상을 그대로 옳겨온 듯 반찬들이 조밀조밀하다.
그 뒤로 엄마는 물 만난 제비처럼 이곳 저곳을 옳겨다니기 시작했다.
"니두 저 뜨끈한디서 몸좀 녹여라? 내 따라온나?"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 더운거 싫어하자내여. 난 여기 있을깨, 엄마만 갔다 와."이렇게 불쑥 말했지만 난 아차 싶었다.
오늘 하루를 엄마를 위해 쓰기로 해놓고선 내가 왜 그랬지 아차 싶었다.
그렇게 아들놈의 첫 데이트에 신이 났을 법한데,
한층 기뻐하며 만족해 했을 것인데, 그 아들놈이란 녀석이 이렇게 파토를 놓다니..
저녁도 근사하게 먹기로 했는데 그놈의 짜증 때문에 문제만 커졌다.
바다같은 맘의 여리디 여리신 엄마께 한참 죄송하다.
한량 없는 마음을, 지니신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신 우리 어머니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큰 놈과의 첫 데이트에 잔뜩 풀이 죽은 엄마를 위해서 다음에 또 한번의 우화한 데이트를 마련해야 겠다.

 

 

ㅋㅋ

 

-- 작가님꼐서 제시하신 크리스마스와는 별 무관한 제 결철 일상의 애긴데요.

 

보시다보면 크리스마스가 살짝 나옵니다.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