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Top 5로 정하는 것에는 타고난 남자,
수많은 LP 판을 알파벳 순, 년도별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순으로 정리를 하는 남자..
마음에 드는 여자한테, 자신만의 느낌을 담은 음악을
녹음해주는데 최고의 선곡력을 자랑하는 남자..
하지만, 그는 매번 여자에게 차였다.
롭 고든.. 그는 또 다시 애인 로라에게 차였다..
아니,.. 정확히 완벽하게 차이기 일보직전이다.
바로 그 시점에서 롭 고든..
그는 이제껏 헤어진 여자 Top 5를 매겨보면서,
자신이 왜 여자들에게 버림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으려 한다...
그래서일까 국내에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란 제목으로 소개가 되었다.
원제는 High Fidelity(Hi-Fi로 익숙한)라는 음악 용어였음에도..
음악 평론가였던 닉 혼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영국의 로맨틱 영화 전문 회사인 워킹 타이틀이 제작했으며,
지적인 이미지로 국내에도 친숙한 존 쿠삭(롭 고든 役)을 주연으로
그의 누나인 조안 쿠삭, 코미디언/배우/뮤지션인 잭 블랙,
캐서린 제타 존스, 팀 로빈스등 환상의 조연진들을 자랑하고 있으며,
영화 중간에는 미국 락 음악계의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깜짝 출연한다.
이 영화 국내제목과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 로맨스의 옷을 입은 음악영화다.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썼지만, 그 어떤 음악영화보다도 수많은 음악이 쓰였으며,
그런 음악들이 장면 장면과 주인공들의 심리상태, 상황들에
절묘하게 쓰이면서, 감동과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를테면 70년대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는 장면에서는
칼리 사이먼, 캣 스티븐스, 제임스 테일러,엘튼 존 같은 이들을 거론하는가 하면,
사춘기 시절의 순결을 강조하는 장면에서는 처녀성에 관한 은유적 표현이 담긴
노래로 손꼽히는 Joan Jett & The Blackhearts의 Crimson & Clover가 쓰이는 식이다.
소위 매니아라고 자청하는 리스너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애청되는 숨은 음악들의 재발견 장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선곡력을 자랑하며,
음악 애호가들에게 단순히 영화 감상은 물론,
펜과 메모지를 옆에 두고, 공부를 하게 만들 정도이다.
음악 작업에는 반지의 제왕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Howard Shore(필라델피아, 댓 씽 유 두, 슬리버등 다수)와
이 영화 이전에 아마게돈, 런어웨이 브라이드등 팝송을 통해
스크린에 생명력을 부여한 Kathy Nelson이 담당했다.
영화 O.S.T에는 15곡이 실렸지만, 영화속에는 배 이상 많은 노래들이 흐른다.
그 가운데 절대 놓칠 수 없는 곡을 단 한곡만 꼽으라면
단연 잭 블랙이 부르는 사랑의 찬가 Let's Get It On이다.
본래는 마빈 게이의 73년 넘버원 히트곡인데,영화속에서 잭 블랙이 직접 불러주고 있다.
음악팬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잭 블랙은 Tenacious D란 락 듀오를 결성, 이미 2장의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Let's Get It On을 부르는 장면>
“오랜시간 제 감정을 숨기려 노력했죠.
그대도 저와 같은 느낌이었나요?
그렇다면 이제 숨기지 말자구요.
함께 사랑을 나누자구요.
우리 모두 베풀 것 많은 감성 풍부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 여기서 함께 사랑을 나누며 살자구요.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해서 잘못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사랑이 진실하다면 말이죠.
그저 우리 마음 그대로 사랑하는 겁니다.
Let's Get It On... 사랑을 나누자구요..”
(Let's Get It On의 가사 中..)
사랑을 숨기지 말고, 사랑에 대해 솔직하고 마음 이끌리는데로 하면,
잘못될 것에 대해 두려워 할 일이 없다는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
이 영화에서 음악을 통해 강조하고픈 사랑의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영화가 시작될 때, 롭 고든은 화면을 바라보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음악이 먼저일까? 불행이 먼저일까?
어른들은 아이들이 폭력영화를 보고, 물든다고 걱정하지만,
사실 그 보다 더 한건 아이들이 듣는 슬픈 음악들이야..
실연, 슬픔, 소외, 고통, 그리고 불행에 관한 것들...
불행해서 노래를 듣는 걸까?
아님 노래를 듣고 불행해지는 걸까?’
사실.. 우리는 롭 고든이 말하는 그런 슬픈 노래를 들으며 상처를 치유한다.
동변상련의 처지보다 더한 위로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세상에는 슬픈 노래 만큼이나, 행복과 기쁨을 노래한 곡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영화는 분명 노래를 통해서
영화가 더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Track List
1. You're Gonna Miss Me - 13th Floor Elevators
2. Everybody's Gonna Be Happy - The Kinks
3. I'm Wrong About Everything - John Wesley Harding
4. Oh! Sweet Nuthin' - The Velvet Underground
5. Always See Your Face - Love
6. Most Of The Time - Bob Dylan
7. Fallen For You - Shiela Nicholls
8. Dry The Rain - The Beta Band
9. Shipbuilding - Elvis Costello & The Attractions
10. Cold Bloded Old Times - Smog
11. Let's Get It On - Jack Black
12. Lo Boob Oscillator - Stereolab
13. The Inside Game - Royal Trux
14. Who Loves The Sun - The Velvet Underground
15. I Believe (When I Fall In Love It Will Be Forever) - Stevie Won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