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부터 나는 다른 친구들이랑 생각하는 게 많이 달라서

새학년이 되면 늘 혼자 있는 날이 길었다.

교실도 낯설고 친구들도 낯선 새학기를 그래도

잘 견딜 수 있게 해준건

내 학용품들이었다

내가 아끼는 물건들마다 예쁜 이름을 붙여주고

그 아이들이랑 마음을 나누었다

제일 오래된 내 샤프의 이름은 주황이

필통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인 만두라 불렀고

집에 돌아와서 나를 제일 편안하게 해주던 피아노를 칠 때는

행복이를 연주하고 있다며..

나만의 세계에 빠져지냈다

이제는 40대 중반이 되고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지만

그 이상한 버릇이 없어질 리 없다

큰 아들의 자전거는 사랑이

둘째 딸의 립밤에는 앵두....

나만의 이름을 붙여놓는데

그런 엄마에게 익숙한 아이들도 덩달아 따라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