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늘 듣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올려 보네요.

7월 9일 오늘은요. 우리 부모님이 30년간 하셨던 가게를 접는 날입니다.

오늘 밤은 잠도 잘 안 오고 참 기분이 이상하네요..

제 마음이 이러니 우리 부모님 마음을 더하시겠죠?

 

처음부터 우리 부모님이 가게를 하셨던 건 아니었어요.

아버지는 회사에 다니셨고, 어머니께서는 우리 삼남매의 간식거리라도

사 주신다고 집에서 이런저런 부업을 하셨었는데요.

어느 날 아버지가 회사에서 산재를 당하셔서..

더 이상 회사에 다니시지 못하시게 됐어요.

아이들은 셋이나 되고..길거리에 나앉을 수는 없고..

부모님은 회사에서 받은 산재보험금으로

지금의 가게 터에 자리를 잡고..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셨어요..

조그만 슈퍼마켓을 연 건데요.. 

슈퍼마켓이라는 상호가 무색하게 소박한 그 가게는..

30년간 동네 참새 방앗간 노릇을 톡톡히 하는..

지극히 평범한 동네 슈퍼였습니다..

거기서 우리 삼남매 셋을 대학까지 보냈는데요.

 

우리 부모님은 하루라도 가게 문을 닫으면 손님이 떠난다고 생각하셔서

..30년간 문을 닫은 건 열 손가락으로 꼽을만큼 열심히 살아 오셨어요.

그러니 당연히 우리 다섯 식구는 다같이 한 상에 앉아서 밥을 먹는 것도

힘들었고, 가족이 다 같이 어딘가로 놀러 갈 수도 없었죠...

 

아.. 그랬던 가게를 이제는 접네요.

집 근처에 우후죽순으로 생긴 편의점과..대형마트 때문에

가게의 매출이 뚝 떨어진 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구요.

이제는 어느새 늙어버린 우리 부모님께 가게일이 힘에 부치는 것도

폐업의 이유가 되어 버렸네요.

 

우리 부모님이 내 놓은 그 자리엔 편의점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엄마는 벌써 "나 아직 젊은데 이제 심심해서 어떻게 살지? 아! 내일부터 난 백수다."

이런 걱정을 하시고,

우리 아버지는 시원 섭섭해 하시면서도.. 뭔가 공허함을 감추지 못하시는 거 같아요.

 

그동안 수고해 주신 우리 사랑하는 부모님..

그동안 정말 애쓰셨다고..정말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렸을 때 '슈퍼집 딸'이어서 아이들이 무지무지 부러워했지만..

정작 전 부모님이 가게 본다고 학교 운동회에도 잘 안 오셔서

무지무지 서운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오늘은..이런저런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사랑하는 우리 부모님과 함께 듣고 싶어요.

나나무스꾸리의 "Try to remember" 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