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부터 오늘 13일까지 2박 3일 동안 예비군 동원 훈련을 받고 왔습니다.

훈련 마지막날이었던 오늘 오전 10시 30분경 이후에 발빠른 소식을 통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예비군 훈련을 받던 도중 접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날짜에 훈련을 받고 있었던 터라 많이 당혹스러웠네요. (저는 남양주 용정리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 가해자가 만약 내가 속해 있던 사격 조에 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찔함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세월호 사건처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은 안전불감증이 최고조에 이르지 않았나 싶네요.

굳이 희생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의 목숨이 한순간에 이슬처럼 증발해버리는 현실이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떠나서 제가 느꼈던 예비군 훈련의 실태가 가장 씁쓸한 게 문제겠지요.

현역 군복무 시절의 칼 같던 군기강은 온데간데 없이 어느새 부대 대대장과 연대장은

물론이거니와 사단장까지도 옆집 아저씨처럼 친숙한 존재가 되어버렸고 심지어 그분들을 자신

의 친구인양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더군요.

물론 모두가 웃자고 던지는 농담이겠으나 듣는 사람 입장에선 매우 경박해 보이는

언행임은 틀림 없었습니다. 엄연히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그런 농담을

일삼을 뿐 아니라 면전에서도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건 정말 경우에 어긋나 보였습니다. 예비군 훈련이 무슨 초등학교 수학여행 온 것도

아니고 세네살 먹은 아이들보다 못한 유치한 행동들로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담배 냄새 적응 훈련을 받으러 온 것인 줄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도

눈곱만큼도 없었네요. 정말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지옥 같은 2박 3일이었습니다.

군복무를 받은 보상심리로 인한 반항심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없어보입니다. 제발 어느정도의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예비군 훈련간의 경솔한 행동이나 언행은 삼갔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성인 아닌가요? 나이 얘기를 언급해서 고지식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으나

작년이나 올해나 예비군 훈련을 받으면서 느꼈던 불쾌감이 극에 달하여 이렇게

하소연 하게 되네요.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을 통해 예비군 훈련에 관한 재정비는 물론이거니와

예비군 훈련에 임하는 예비군들의 의식 개선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발 모두가 즐겁게 임할 수 있는 예비군 훈련이 되었으면 하고

예비군 훈련을 무사히 끝내기 위해 불철주야 힘쓰시는 훈련 부대 조교  후배님들과

(못난 선배들 뒤치닥거리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제 마음이 다 안쓰럽습니다.)

간부님들께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총기 사건으로 목숨을 다한 분들에게도 심심한 명복을 빕니다.

(* 감정이 격해져 일부 예비군들의 행태를 일반화 시켜버린 것 같네요. 대부분의 예비군 분들은

성실히 잘 따라주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예비군 훈련의 분위기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느슨한 분위기는 그만큼 그에 따른 제제가 약하기 때문이겠지요.)

신청곡 : Amy Winehouse - Back To Black 신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