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어느날...

오전 10시반에 아주 중요한 미팅이 있어 그전에 자료점검도 해야하고 이래저래 준비로 많이 바빴던 어제 아침...
며칠전 입원하셨던 말기암 환자분이 앰블런스로 왕복 한시간 거리에 있는 집에 다녀오시기를 희망하셨어요...
아...정말 바쁜데..어쩌나...난감한 순간...
일단 오전 미팅이 더 급한 일이라 다른날로 미루는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거절할까...아님 다른 직원을 보낼까...고민 하다가...
결국 들어드리기로 했어요...
마지막으로 딸집에 한번 다녀오시고 싶으시단 간절한 소원이시라서요...

딸이 얼마전 예쁜 한옥집을 지으셨대요...
그걸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나봐요...
죽기전에 딸의 새집에 한번만 가보고 싶다고 하셨대요...

앰블런스에 모시고 딸의 집으로 향하는길...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시며 좋아하셨어요...
앞자리에 앉은 딸은 연신 눈물을 닦고...
그렇게...달려 도착한 집...
집앞에서 침대위에 누워 겨우 한번 살펴보고 다시 돌아오셔야했어요
극심한 통증이 찾아와서요 ...

돌아가는길...
가을 하늘이 어쩜 그리도 화창하던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그래도 잠시나마 행복하셨을까요...

저 정말 잘 간것같아요
안그럼 정말 후회했을꺼예요...
비록 미팅에는 지각했지만...정말 잘한것같아요...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던 철없던 생각이 오늘은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분들에겐 간절한 삶...힘겨운 삶...
보람을 운운하는...그런 생각조차 죄송해지더군요...

이 일은요 ...
제가 보람을 느끼기위해 하는 일이 아니란걸 이제서야 알게 되네요...
제 보람은  건방진 사치라는걸요...
9월의 어느날...전 알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