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아~~ 은영아~~ 자니?"

'어? 할아버지다!!'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면서 방문을 드르륵 열고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자, 이거 동생들이랑 나눠 먹어라~"

"할아버지, 그냥 가시게요? 고맙습니다."

그리곤 할아버지께서 내 손에 건내주신 비닐 봉다리를 바라봅니다....

어제(7월 28일) 방송의 주제였던 '과일 특집'을 듣고 있노라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과일 장사를 하셨던 외할머니는 전 날 팔다 남은 과일들 중에 그래도 먹을 수 있는 것만 골라 외할아버지 편으로 보내주시곤 하셨지요.. 그 봉다리 안엔  여기저기 시커멓게 멍든, 너무 말랑거려 한쪽이 짓물러 반쪽 밖에 안남은, 너무 많이 익어 단내보다는 숙성되기 직전인 쿰쿰한 냄새가 났던 복숭아가 한가득....

이런 복숭아를 보고 어린 저는 '좋은 것 좀 보내주시지'하고 툴툴거리기도 했어요ㅎㅎㅎ;;;

어느 여름 방학 땐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 햇볕 아래 외삼촌이 끄는 리어커를 타고 가다가 쉬었다가, 걸었다가 다시 리어커에 올랐다가를 반복하며(가다가 지칠 뻔 했스요@@;;;) 한시간 이상 걸려 찾아간 과수원에서 복숭아도 따고, 복숭아 나뭇가지도 부러뜨리고, 벌에도 쏘여 울기도 하고, 복숭아 나무 사이에서 숨박꼭질도 하고 그러다가 넘어져 무릎도 깨지고.....ㅋㅋㅋㅋ 일손을 덜어드리러 간건지, 일을 더 보태드리려고 간 건지... ㅎㅎㅎㅎㅎ 얼굴엔 때구정물범벅, 몸엔 땀범벅, 복숭아 털 범벅을 하고  과수원 주인 아저씨께서 내오신 수박과 옥수수로 허기를 채우고 갈증을 달래며 방금 전까지 있었던 힘들었던 일들은 다 잊어버리고 깔깔거리며 웃고 까불었던 시간과 리어커 한가득 복숭아를 싣고 다시 걸었던 그 길 위에서 바라보았던 노을....  

그리고 조금 더 자란 제게 조용히 찔러 넣어 주셨던 주머니 속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  

이른 아침 어슴프레한 제 눈 앞에 서 계셨던 외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손에 들려 있었던 비닐 봉다리.... 제 손에 건네 주셨던 그 봉다리의 복숭아들.... 성치 않은 모양의 그 복숭아는 자투리 과일이 아니라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삶이었고, 사랑이었다는 것을 아주 많이 아주~~ 많이 자란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정말 많이 보고 싶어요오오~~^^♡

제 친정 부모님도 제 아이들에겐 이런 분들이시겠죠?

그렇다면 저도?^^ 저는 아직은 자신이 없는데~^^;;; ㅎㅎㅎㅎㅎ

디제이님의 스케줄로 인한 부재로 녹음되었던 방송이라 그냥 편안하게 들어야지 했었는데..

방송에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때의 일들이 아주 선명하게 생각이나 이렇게 소감 한마디 적고 갑니다....

음악의 힘.. 다시 한번 느끼며....♡

만약 신청곡이 된다면..... 드라마 아일랜드 ost - 두번째 달의 '서쪽하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