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아버지.. 그런 아버지 또 없습니다.

몇 십년 됐는지도 알 수 없는

출처불문의 라디오를 들으시겠다며,

주파수도 잘 맞춰지지 않는데, 그걸 애써 맞춰서

지지직 거리는 채로 들으시는 아버지..

텔레비젼도 이사하면서 잠깐 떨어뜨렸는데,

그때 뭐가 잘못됐는지 화면이 흑백으로 나오는데도

새로 안사고 굳이 그냥 보시겠다며 고집부리시는 아버지..

쓰고 계시는 안경이 오래돼서 나사가 헐렁거려도

스카치테이프로 꽁꽁 싸매서 다시 끼는 아버지..

어리고 철 없을땐 그렇게 사는 아버지가 창피하고 싫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허리띠 졸라매고 아끼면서 살아오셔서

지금 저희가 이만큼 누리며 살 수 있는 거겠지요?

이제 남은 인생만이라도 마음껏 누리면서,

쓸 때　쓰면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쑥스러워서 한 번도 말 못했지만,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