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속물일까요?

저에게는 때론 오빠같기도 하고, 때론 동생같기도 한 동갑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같이 있는 게 좋아서,

함께하면 다른 힘든 일들도 모두 다 잊혀 질 만큼 즐거워서,

그렇게 계속 만나온 시간이 벌써 3년이나 되었네요.

대학 때 학생신분으로 만나 함께 캠퍼스를 누비고,

그렇게 찌질할 수 없는 취업준비생의 힘든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올해 들어,

제 남자친구와 저는 입장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저는 직장인, 그리고 남자친구는 취업준비생.

저는 정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듯, 점점 힘들어 지고 있어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남자친구를 보는 것도,

퇴근 후, 힘든 몸을 이끌고 집에 가는데,

하루 종일 나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그리고 만난 후엔, 그냥 헤어지면 좋으련만,

기어코 데려다 준다는 남자친구 덕에

퉁퉁 부은 다리로 하이힐을 신은 채, 집까지 걸어야 하는 것도.

조금씩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어요.

이렇게 쉽게 금이 가버릴 사랑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는데,

주위에서 너흰 이제 좀 힘들어지겠다고 말했을 때,

그 얘기가 틀렸다는 걸 보여주겠노라고,

정말 예쁘게 오랫동안 사귀고 싶었는데...

이런 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정말 더 기운 빠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알렉스의 웃으며 안녕 신청해요.

틀어주세요,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