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찬바람이 마음으로 불어,

더더욱 움츠러드는 이 가을!

저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친구들의 결혼소식도 아니요,

친구의 연하남친 작업성공기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 엄마, 아빠에요.

유난히 한시도 떨어져있지 않으려는 그 두 분 때문에,

외동딸인 저는 외로이 버려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요,

왜, 여름에 가족끼리 바닷가로 여행을 갈 때면,

누군가는 짐을 지켜야 하잖아요.

그럴 때면 보통 아빠가 지키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희 집!  제가 지키거나 부모님이 지키거나 입니다.

결국 전 혼자에요.

그런 엄마, 아빠와 함께 오늘 등산을 갔었습니다.

온 가쥬ㅗㄱ이 등산복 깔끔하게 차려입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엔 속도가 비슷했는데, 점점 격차가 벌어지더라구요.

쉬었다 가면, 더 힘드니까.

저는 그냥 위에 올라가면 만나겠거니, 얼른얼른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당연히 부모님보다 정상에 일찍 도착했는데,

우리 부모님, 30분이 지나고 40분이 지나도록 안 올라오시는 겁니다.

전화도 잘 안터지고, 어차피 등산로는 하나라서 그 길로 천천히 내려가는데, 왠걸,

저희 엄마, 아빠!

아예 돗자리까지 펴고, 음식까지 까먹으며 쉬고 계셨던 거 있죠.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내가 안내려와봤으면, 어쩔 뻔했어!"

이러니까, 엄마, 아빠 하시는 말씀이,

"내려왔으면 됐지, 앉아서 너두 먹자! 고생했어, 딸!" 이거였습니다.

아니, 전화기야 잘 안터지니까 그렇다쳐요.

이렇게 돗자리까지 필 정도면 둘 중 한 분은 저 찾으러 올라왔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거에 화가 잔뜩 난 제가 못난 건가요?

 

신청곡: 자우림의 오렌지마멀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