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빠 방에 들어갔다가 귀한 자료를 찾아냈어요.

그건 바로! 아빠의 초등학교 졸업사진.

온통 흑백으로 된 그 앨범 앞장에는

지금은 많이 어색해진 00"국민학교"라고 적혀 있고,

저희 아빠가 1967년 졸업생이시던데,

그때 당시엔 초등학교도 남자반, 여자반 따로 있었나보더라고요.

남자반 여자반 따로 있어서 처음엔 중학교 졸업사진인가 했어요.

개인샷, 단체샷, 조별샷, 프로필샷 거기에 각종 활동들이 들어가 있는 요즘 앨범과는 달리

딱 단체샷과 개인샷만 들어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단촐한 앨범에는 생각 외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아빠랑 친한 친구들이 한 짓인지, 아빠가 한 짓인지, 앨범에는 참 많은 낙서가 되어있더라고요.

친한 친구들인지 몇몇 학생의 얼굴은 볼펜으로 각종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하고,

아빠가 싫어했던 여학생인지, 행어 이름이라도 보일새라 까만 펜으로 찍찍 그어놓는 치밀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 관심있던 여학생인지 동그라미가 크게 쳐져 있는 그 사진에선 초등학생 아빠의 눈높이까지 볼 수 있었고요.

지금 봐도 미인상인 여학생에게 동그라미가 떡하니 있어서 좀 웃기기도 하더라고요.

엄마랑은 좀 다른 스타일이어서요...

"지금 이 아줌만 어떻게 변했을까? 아직도 이렇게 이쁠까?"

잠시나마 아빠를 대신 해 그 분을 생각했습니다.

그와중에 제일 충격이었던 건 아빠 사진이에요.

나이도 들고, 세상에 지치기도 한 고독한 중년의 아빠만을 보다가

너무나도 앳된 모습의 꼬꼬마 아빠를 보니!

참 애매모호한 감정들이 들더라고요.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뭔가 그 시절 아빠에게 묻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말이죠.

이때의 아빠는 지금의 나이가 됐을 때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했을까 싶기도 하고.

나같은 딸을 낳으리라 예상이나 했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어느덧 놀다가 다치는 걸 걱정하기 보다, 건강 그 자체를 걱정하게 되는 6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버린 아빠에게, 조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빠가 앨범 보시고, 세월이 흘러가 버린 것을 서글퍼하기 전에 말이죠.

방송을 빌어서 아빠 앞에선 쑥스러워서 절대 하지 못하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빠! 평소에 노는 거 좋아하고, 고집은 쎄면서, 또 귀는 얇고, 거기다 욱하기까지!

이런 성격이 아빠랑 꼭 닮아서, 참 많이 부딪히는 우린데...

아빠는 이따금씩 이런 날 보며 한숨쉬지만, 어쩌겠어... 아빠 딸인 걸~

나는 그래도 아빠 무지무지 사랑한다 뭐!

아빠가 이 방송 꼭 들었으면 좋겠다.

 

신청곡은 SES의 꿈을 모아서 신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