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철씨, 원래 아들은 결혼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더니, 제 아들이 딱 그짝입니다.

그동안 키운 노력이 억울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사연을 적어요.

두 달 전, 스물여덟인 제 아들은 장가를 갔답니다.

남자치곤 좀 이른 장가긴 한데, 며느리가 다섯 살 연상인지라

사돈집에서도 그렇고, 아들도 그렇고, 더 이상 결혼을 늦출 순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여자인지라, 여자 나이 서른 셋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기에

고민 끝에, 결혼시키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혼 승낙 해줄 때는 그렇게 세상에 있는 효도, 없는 효도는 다 할 것 같더니,

이 녀석이 결혼하니까 효도는 무슨

"엄마, 엄마 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 엄마 김치 좀!"

"엄마, 우리 엄마 요리 솜씨가 최고잖아, 엄마! 반찬 좀!"

이렇게 생전 안하던 입바른 소리까지 해가며, 자기 아내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하려고 난리도 아닙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자기 여자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기특하기도 행.

그런데 하루는!

"엄마, 한의원에 약 지어놓은 게 있는데, 그것 좀 찾아다주면 안될까?

알다시피, 나랑 엄마 며느리는 퇴근하면, 한의원 문 닫을 시간이잖앙.

엄마, 부탁해요!"

이렇게 자기 엄마 먹을 약을 지어주진 못할 망정

이렇게 어밀 부려먹고 있습니다.

택배로 부쳐달라고 하면 될 것을 그 돈 몇 푼 아끼겠다고.

제 아들이지만, 정말 어떨 때는 지독해요.

거기다가 주말만 되면, 남편이랑 오붓하게 쉬지도 못하게 들이닥쳐선,

집안에 있는 먹을 거란 먹을 거는 다 해치우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아무래도 아들놈을 키운 게 아니라, 웬수를 키운 것 같아요.

 

아들아, 이럴 거면 제발 멀리 이사 좀 가라.

29년간 키워줬으면 됐잖니, 엄마도 좀 이제 쉬자!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부탁합니다.

 

추신- 종철씨는 안 그러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