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날씨가 겨울 답게 그리 춥지 않더니만 오늘 부터 조금씩 추워지니 겨울은 겨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예전에는 겨울이 정말로 추워서 엄마들이 치를 떨며 '김장' 이며 '연탄 장만'이며

대단하게 긴 겨울을 단단히 준비 하곤 했었다.

김장만 해도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포기 김치,총각 김치,동치미를 만드셨는데 종류별로 만들곤

하셨다. 

연안부두에 가셔서 젖갈을  들통에 사 오신 뒤 김장을 하시곤 했는데, 땅속 장독에 켜켜로 담아 두

시고 우리는 겨울 내내 꺼내 먹곤 했었다

나는 기억나는 겨울 풍경 중에 김장의 기억보다는 정원이 넓었던 전원 주택에서 살았기에 일부러

군불 때는 작은 방의 추억이 더 풋풋하니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더우기 날씨가 추우면 절절 끓는 군불 때는 방의 아랫목 생각이 나기도 한다.지금은 편리한 아파트

에서 돈만 있으면 그런데로 별 추위 없이 살고 있지만도 내가 살았던 주택만 해도 윗풍이 있었기에

작은 공간 에서나마 그런데로 소박한 행복감을 느낄수 있는 곳이 바로 군불 때는 작은 방 이었다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방마다 있던 휴지통의 휴지를 다 모아 버리면서 불쑤시기로 사용하다가

가냘프고 얇은 나무들을 불타는 종이위에 시옷(ㅅ) 자로 올려 놀고 불을 때기 시작한다.차츰차츰

불이 오르면 두꺼운 나무 토막을 2,3개 올려 놓는다.30분 지난 뒤엔 고구마나 감자도 얹어 놓았었

다. 저녁 먹은 뒤. 간식으로 동치미와 함께 먹기 위해서 이다.밖에선 쌩쌩한 겨울 바람이 살아 있어

나가기도 무섭지만 군불을 땐지 1시간이 지난 뒤 부터 진가를 보이기 시작 한다

온종일 밖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상처도 받고 만원 전철에서 시달리다 추위에 떨며 집으로 돌아

와 옷을 갈아 입고 화장을 지우고 편안한 마음에 가장 먼저 찿게 되던 나의 공간!

 

온 종일 시달리던 힘겨움이 더운 방안의 온도로 안정이 되고 온 가족이 다 모여 따스한 저녁 식사

를 하며 웃고 떠들던 기억도 재미 있었다.절절 끓는 아랫목엔 벌써 꽁꽁 얼은 빨래들이 놓여 있어

서 가습기 역할을 하고 있던 곳!

 어째,몇시간 전에  먹었던 저녁 식사가 조금 부실 한 듯 하여 간식을 먹을라 치면 땅속에

묻힌 동치미를 꺼내 와서 군고구마와 같이 먹던 곳!

나는 내게 보내 온 서툰 연애 편지를 챙피하게 몰래 다 모아 두었다가 결국엔

활활 타는 아궁이에 녛어 태워 버리곤 했었다. 붉게 타 오르는 아궁이의 불을 보고 있노라면 이성

을 잃어 버린 채 잠시 혹 하여 외도를하는 중년의 남자 인생이 연상이 되기도 했다, 쭈구리고 앉아

나는 쓸데 없는 상상을 하며 3류 영화의 본능적인 행위를 떠올리곤 했었다. 이름 하여 <불장난>

근시안이 되어 한참을 바라 보다가 아궁이 뚜껑을 덮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오곤 했다

오늘 같은 날이면 군불을 때고 싶다. 여유가 되면 전원 주택을 지어 꼭 작은 방을 군불 때는 방으로

만들어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