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의 음악캠프’는 MBC FM4U 채널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24년간 청취자들에게

 

영‧미권 대중음악을 전달하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DJ 배철수는 특별히 계산된 진행 없이

 

자신의 나이도 배경도 의식 하지 않고 영원한 젊음의 코드로 방송을 진행하고 상식과 소신을

 

지키는 모습을 선보여 소위 ‘꼰대’로 불리는 장년층들 사이에서 가장 본받을 만한 분이자

 

멋지게 나이 들어감을 보여주는 선례로 꼽히는 이다. 이런 배철수와 매주 목요일마다 티격태격

 

거리며 입으로 혈전을 치르는 임진모 평론가는 국내 척박한 음악 환경에서 음악이 좋아

 

독학으로 대중음악 비평계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배철수와 임진모 두

 

사람은 최고의 우정을 과시하기 위해 매주 마다 서로를 헐뜯지만 그건 그 둘 사이가

 

각별하다는 최고의 증거일 것이다. 아주 친하기에 스스럼없이 서로를 공격하며 청취자들에게

 

음악 감상의 범위를 넓혀주는 가운데 임진모는 이번에 대중문화로 돌아본 경제 사회사를

 

소재로 한 권의 저서를 독자에게 선물했다. ‘팝, 경제를 노래하다.’는 제목 그대로 현대

 

사회에서 대중문화의 한 축인 음악으로 20세기와 현재까지도 발생하고 있는 경제 현상을

 

풀이한 저서다.

 

‘경제’라는 소재는 아주 골치 아픈 분야다. 경제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온갖 그래프와 수치를

 

들먹이며 자본주의 현상을 해부,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고유영역이라 그렇다. 그러나 임진모는

 

특정 시대에 인기 있었던 팝송으로 그 시대 상황을 되돌아보고 그 당시 영‧미의 경제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팝송이 당시 유명했던 유행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분석하는 핵심이 될 수 있다고 강변한다.

 

현대에 들어 가장 주목받는 부분이 통섭, 통합, 융합이다. 다양한 학문이 경계를 두고 고유

 

영역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분야 간 다양한 교류를 통해 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는데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저서 제목처럼 주 소재는 ‘경제’지만 시대적인 저자의 시선은 저서를

 

경제뿐만 아니라 제국인 미국과 권위를 잃어버린 영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학적인 가치까지

 

보증한다.

 

러닝타임이 두 시간 정도 되는 영화는 상영관이라는 특정 장소를 통해 온전하게 관객에게 그

 

시대를 재현하고 관찰하고 분석할 여유를 주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음악은 그 장소를 불문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이어폰으로 듣기도 하고 커피 전문점이나 쇼핑몰과 같이

 

공공장소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듣기 때문에 각각의 곡으로 시대의 주요 화두를

 

읽어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임진모는 이런 상황에서 평론가라는 직함의 진수를 선사 하듯

 

각 곡이 지닌 시대적 핵심을 간파하고 이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더 넓은 시선을

 

틔워줬다.

 

임진모를 공격하고 그로부터 공격당하는 배철수는 이 저서를 두고 잘 썼다는 진심 깊은 칭찬을

 

했다. 서로를 깎아 내리기에 급급한 둘이지만 이런 배철수의 평가는 평론가로서 임진모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음악이라는 분야에 같이 몸담고 있는 동료로서도 전혀 하자가 없는 이라는

 

걸 증명한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20주년을 기념한 100장의 명반 선정에 이어 음악을 더

 

진중하고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명저까지 내놓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척박한

 

대중음악 비평계에 ‘팝, 경제를 노래하다.’가 단비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